posted by 로단테/카를류안 2014. 6. 8. 03:19




주말과 휴일이 연달아 지나가고, 다시 등교가 시작되었을 때도 다들 의아하게는 생각하고 있었으나 아카시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아카시는 처음 출석체크를 할 때 쿠로코의 이름을 두번 정도 연달아 더 부르는 것을 끝으로 더는 그를 찾지 않았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걸까, 몸이 좋지 않아보이던게 생각보다 많이 나빴던걸까, 다들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도 내일은 나오겠지, 그래도 내일은, 그래도 내일은.


그 래도라고 생각했던 내일이 네 번 지나갈 동안 쿠로코는 단 한번도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첫날은 아무도 모르고- 심지어 같은 반이었던 무라사키바라조차 별로 인식하지 않아 모르고 있었던 그의 결석. 그러나 둘째날은 어제 보이지 않았던 그가 걱정되어 신경을 쏟고 있었기 때문에 진짜로 결석했다는 것을 알아챘고, 셋째날은 담임도 쿠로코가 없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리고 넷째날 아침 담임에게서 쿠로코가 지난 금요일 저녁부터 실종상태라는 것을 전해들었다. 탈선이라는 것 자체를 모르는 것 같은 단정한 소년, 이었기 때문에 이것이 가출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실종, 실종이었다.


놀라고 당황한 무라사키바라가 쉬는시간 종이 울리기가 무섭게 아카시의 반을 찾아가 그에게 매달렸다. 아카칭, 아카칭, 쿠로칭이 실종이래- 금요일부터 집에 안 들어왔대.

마침 아카시를 찾아왔던 미도리마가 안경을 추켜올리며 눈을 크게 떴고, 아카시도 드물게 놀라는 표정을 보였다.


이 날 오후 연습이 시작되기 전에 1군의 모두가 쿠로코의 실종을 알게 됐다. 조금 빈정거리듯 시합에 참여하지 못하게 했다고 삐져서 가출한거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지만 모두의 무시무시한 눈초리에, 그리고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말이 안되는 이야기에 취소를 연발하며 조용히 찌그러졌다.




쿠로코의 실종신고가 경찰에 들어갔다. 아카시가 어떻게 손을 쓴건진 모르겠지만 레귤러 팀원들은 부실에서 그가 가져온 비디오를 통해 금요일 밤 쿠로코의 행적을 씨씨티비 화면으로 볼 수 있었다. 연습이 모두 끝나기 전 혼자서 일찍 돌아가는 쿠로코는 확실히 그들의 앞에서보다 상태가 더 나빠보였다. 조금 걷다 비틀거리고, 다시 조금 걷다 벽이나 전봇대를 짚거나 주저앉아서 숨을 고르기도 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괜찮냐는듯 말을 거는 모습도 볼 수 있었고, 그런 그들에게 정중히 고개숙여 감사하는 모습이 찍히기도 했다. 그리고-


집 으로 돌아가는 길은 씨씨티비의 범위에 들어있지 않은 구간이 제법 되었는데 쿠로코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것은 그의 집에서 두번째로 가까운 씨씨티비 속이었고, 그 안에서 그는 거의 걸음을 옮기지 못할 정도로 크게 비틀거리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넘어져버릴듯한 위태로운 모습에 지켜보고 있던 부원들의 손에 땀이 찬다. 그리고


그리고 거기서 끝이었다.

그 씨씨티비의 범위를 넘어간 쿠로코는 다음 씨씨티비에 잡히지 않았다. 몇번을 돌려봐도 거기서 끝이었다. 불안하게 휘청거리며 간신히 걸음을 옮기던 그 모습, 그게 끝. 거기서 다른곳으로 빠질 수 있는 다른 모든 루트에 다른 씨씨티비가 달려있었지만 그 어디에서도 쿠로코의 모습을 더 이상은 찾을 수 없었다- 고 아카시가 입을 열었다.


쿠로코는 실종됐어.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어. 더 이상의 단서는 없고, 그의 가족들과 경찰이 전력을 다해 찾고있지만 그날 그가 들고있던 가방만이 근처에서 발견되었을 뿐이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불안하고 걱정되지만 무슨 소식이라도 들려올 때까지 우리는 원래대로의 일상을 보내야한다.




처음 며칠은 괴로웠다. 쿠로코가 실종됐다는 것이, 항상 그들과 눈을 맞춰주던 자그마한 소년이 곁에 없다는 빈자리가 너무 커서. 잘 보이지도 않았던 이의 빈자리가 이렇게도 큰 것이었나, 소년들은 빈자리의 무게를 실감했다. 며칠이 더 지나고, 다시 며칠이 지나고.


한 달이 지날때쯤에는 다들 쿠로코가 없다는것에 익숙해져갔다. 다만 종종 아오미네가 뒤돌아보며 허공에 쥔 주먹을 들어올리곤 이내 머쓱해져 그 손을 내리고 돌아섰다. 키세는 때때로 멍하니 쿠로코가 연습하곤 하던 골대 앞에 멈춰있곤 했다. 무라사키바라는 수업시간에 종종 그의 자리를 돌아보고 쿠로코와 나눠먹던 과자를 한 줌씩 남기게 됐고, 미도리마는 슛 연습을 하다가 가끔 바깥바람이라도 좀 세게 불라치면 슛을 실패했다. 아카시는 그답지 않게 멍한 눈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그것을 알아챈것은 미도리마가 유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