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뜨거운 손이 피부에 닿는 느낌은 기묘하다. 뭐라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각이 닿은 곳에서부터 피어오른다. 땀에 젖은 뜨거운 살갗과 맞닿는 것은 항상 있어온 일이지만 언제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느낌이다. 그것도 무라사키바라의 손이라면, 더더욱.
언제부터 이런 관계가 되어버린걸까, 분명 그는 자신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말이지. 어린애같다고 쉽게 이야기하지만 그보다 복잡하고도 또 어쩌면 더 단순할지도 모르는 그의 성격.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자신이 무라사키바라였다면, 나라는 존재에게서 짜증을 넘어선 무언가를 느낄 것이라는 것에 이의를 표할수가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와 자신은 잘 맞는 구석이 없었다. 아니 뭐 꼭 친밀한 관계가 성격이 잘 맞아야만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그 맞지 않는 성격을 서로에게 맞춰가는 과정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건- 이건 너무 갑작스럽지 않냔 말이지.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아, 아니, 아무것도..."
"집중해-."
그러니까 굉장히 곤란하다, 이런 상황은.
반쯤 내려감긴 눈매가 나른하다. 아, 속눈썹, 보랏빛이 도는구나. 생각보다 속눈썹이 풍성하네, 눈동자가 많이 가려져서 잘 안 보인다.
"-키요시, 짜증나."
"앗, 미안, 미안."
"......."
"속눈썹, 풍성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너 이상해ㅡ 지금 우리가 뭘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거야-?"
"음.... 더 친밀해지기 위한 행위...?....아, 아!"
"....너 바보같아..."
갑자기 꾹 눌러오는 탓에 깜짝놀라 그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땀에 젖어있었기 때문일까, 식어 서늘해진 상의가 손 안에서 구깃, 구겨지고 그의 뜨거운 체온이 뒤를 이어 손을 달궜다.
"윽.... ....흡....."
"......아파-?"
"아니, 그, 괜...찮아, 계속해, 무라사키바라...악! 아, 흑...!! 무라, 무라사키...!!"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ㅡ 애도 아니고 뭐하는거야-."
"크...흣.... 아니 그... 그렇다고 해도 갑자기... 악!"
진짜 아프다.
"나 성격 나쁜거ㅡ."
"알, 아, 아는데... 윽...."
"흐음....."
".........큽...."
진짜 아파....
"......아파 무라사키바라. 그만 눌러...."
"ㅡ흐응...."
"......좀... 좀 살살... 무라사키바라, 너 다른사람들보다 힘이 세다는거 알고 있지...?"
"흐응-."
".....정말로, 무라사키바라, 너 정말로 압박붕대 감을 줄 아는거 맞아?"
"누굴 바보로 아는거구ㅡ? 당연히 무로칭한테 제대로 배웠어-."
그런데 왜 피도 안 통할 정도로 꽉 눌러 감는거야.... 란 말을 삼키며 붕대를 풀어서 피가 통하자 저려기 시작하는 다리를 조심스럽게 주물렀다.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 분명 처음엔 리코가 봐주기로 했었는데, 어쩌다 급하게 가봐야 할 일이 생겼고 당시 우연히 지나가던 무라사키바라에게- 압박붕대를 감을줄 아느냐고 물어서, 안다고 하니 여기 같이 던져놓고 가버렸지. 사이가 썩 좋은편도 아니고 만나서 서로 좋게 끝나본 역사가 없는데 시합이 끝났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을 이녀석과 함께 던져놓고 가버리다니, 리코....
속으로 가볍게 한숨을 내쉰다. 당황스럽기는 아마 자신보다 이녀석이 더 하겠지. 나름대로 정리한 자신과 달리 아직 앙금이 남아있을 것이 자명한데... 그럼에도 무라사키바라는 이 자리를 떠나는 대신, 말없이 붕대를 들고 자신의 다리를 그 큰 손으로 움켜쥐는 것을 택했다. 무려 품에 안고있던 과자 보따리를 내려놓고서. 의외라고 할까, 시합을 뛸 때를 제외하면(물론 시합 외의 상황에서 마주친 것도 손에 꼽지만) 그 손에서 과자가 떨어진 것을 본 적이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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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하략.
더 못쓰겠썽:D
헤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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